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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단어 하나가 바뀐 것 같지만, 이 변화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연결되어 있으며, 나아가 동물복지와 관련된 정책 변화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용어가 변화하게 된 배경, 이러한 언어 변화가 반영된 사회 인식의 흐름, 그리고 이에 대응한 정책 및 제도의 변화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용어의 변화: 애완에서 반려로
‘애완동물(愛玩動物)’이라는 용어는 문자 그대로 ‘사랑하며 가지고 노는 동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사람 중심의 시각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표현입니다. 이는 동물을 하나의 독립된 존재가 아닌 소유물, 장난감처럼 여기는 태도를 반영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표현이 동물에 대한 존중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용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반려동물(伴侶動物)’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학계와 동물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반려’는 ‘함께 동반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으로, 단순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서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하면서 이 단어는 공공 문서, 언론,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교과서, 지자체 안내문, 동물병원, 펫샵, 보험사 등에서도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었으며, 최근에는 대중의 언어 습관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사용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관점의 전환을 의미하며,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2. 사회 인식의 전환
‘반려동물’이라는 용어의 확산은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습니다. 과거에는 개는 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용도, 고양이는 쥐를 잡는 동물, 혹은 관상용으로 길러지는 물고기나 새 등 대부분의 동물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단순한 목적성 동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사회의 진입은 정서적 유대감을 충족할 수 있는 존재로서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체의 약 30%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 수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의미를 넘어, 사회적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NS와 유튜브 등에서는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은 반려동물도 인간과 비슷한 감정, 성격, 기호를 지닌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과거보다 훨씬 민감해졌고, 동물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려는 시민 의식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펫푸드 시장, 펫테크(반려동물+기술) 산업,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 장례 문화, 반려동물 보험 상품 등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반려동물이 하나의 문화이자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3. 정책과 제도의 변화
사회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과거에는 동물보호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매우 미약했지만, 현재는 동물복지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도들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려동물 등록제는 2021년부터 더 엄격하게 시행되며, 등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는 유기동물 문제를 예방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확충하고, 공공의료 서비스로서 반려동물 진료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서울시는 반려동물 놀이터와 전용 공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부산, 대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반려동물 문화센터를 설립해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보호 중심에서 이제는 ‘공존’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에서의 반려동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중재 프로그램, 아파트 내 동물 친화형 시설 설치, 반려동물 동반 대중교통 정책 등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초·중등 교육과정에 동물복지, 생명존중, 공존의 가치 등을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동물권’ 보장을 위한 헌법 개정 논의,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 부여 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기대됩니다. 이미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일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의 용어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나 유행어가 아닙니다. 이는 동물을 향한 사회적 시선,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넘